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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닭움직임 연구소
아카이빙
공공예술 프로젝트- 공동체와 함께 하는 환경연극-의 제작에서 공연에 이르기까지 영상기록 아카이빙 공유
01
다큐멘터리 영상 제작
  • 참여한 지역 공동체들의 협업과 소통과정을 담아 도시와 농촌의 환경문제와 공동체 삶에 관한 영상기록물을 제작한다.
  • 단순 기록이 아닌 영상 감독의 사유와 독립적인 시선으로 ‘공공예술로서의 환경연극’을 조명한다.
02
2021~2022
환경연극 기록집 제작
  • 본 프로젝트 전과정을 기록한 책자로 사진, 시나리오, 워크숍과정, 환경연극축제, 참가예술인 및 지역공동체의 활동 후기 수록
  • +2021~22 기록집 보기
03
도서 발간
<공동체 예술과 환경연극>
  •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코로나19 등 전 지구적 재난 상황 하에서 해체위기에 놓여있는 지역 공동체 문제를 살펴보고, 건강한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작업으로서 환경연극 작업을 조명한다.
  • 인문학자, 민속학자, 공공예술 연구자, 창작자, 환경운동 및 문화활동가, 비평가들로 구성된 집필진들이 2021-2022 환경연극 프로젝트 수행 현장을 관찰하고 연구한 글을 엮어 책을 만든다.
사진 및 영상(Image & Video)
01.
물의기억
'물의 기억'에 관한 몇 가지 단상 - 이진교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물의 기억’에 관한 몇 가지 단상이진교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물의 기억’은 후쿠시마 피폭으로 인해 사랑할 수도, 임신할 수도 없게 된 한 소녀의 편지로부터 영감을 받아 창작된 환경 연극이다. 나무닭움직임연구소가 소재한 청송군의 한 폐교가 ‘물의 기억’의 무대인데, 이곳에는 공연을 위해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설치하거나 더하지 않았다. 운동장 둘레로 잡초들이 자라고 있었으며, 공연 중간에 들려온 강아지의 울음소리마저 작품의 일부가 될 정도였다. 환경을 주제로 한 연극답게 인위적이지 않은, 말 그대로 친환경적인 무대라 할 수 있다.

 에너지 생산을 위한 원전이나 댐, 송전탑 등의 건설은 곧 정부 및 지자체와 거대 자본 그리고 토건 세력 연합체의 정교한 기획과 그에 따른 실천과정이다. 이윤추구를 위한 그들의 의사결정과정에서 실제로 막대한 영향 또는 피해를 받는 인간 및 비인간 주체들인 주민, 동물, 식물, 그리고 미생물을 포함한 생태계의 주인들이 그러한 논의에 참여할 여지는 있는가? 유감스럽게 현대 한국사회 정치·경제적 의사결정과정에서 그들의 발언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의 기억’의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 연극에 등장하는 주요 인간 배역은 후쿠시마 피폭으로 인한 대머리 소녀와 엄마들, 그리고 밀양 송전탑 투쟁에 앞장선 할매들이다. 그들은 후쿠시마 원전이나 밀양 송전탑 건설의 계획이나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것의 건설된 이후의 위험을 온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현실 세계에서 말할 수 없는 존재들이 연극 ‘물의 기억’을 통해, 비로소 이 사회와 현실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존재로 변모한다.

 비인간 등장 배역인 물새, 나비, 물고기, 멧돼지 등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이 연극을 통해 자신들에게 닥친 재난과 환경 문제에 대해서 노래하며 춤추며 목 놓아 외친다. 개발론자들에 의해 배제·은폐되었던 다양한 존재들의 목소리가 연극이라는 장을 통해 복원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물의 기억’이 환경 연극으로서의 의미와 메시지를 송신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피폭으로 인해 더 이상 사랑할 수도 아이를 가질 수도 없어, 여성으로서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한 소녀가 치유 받고 회복되는 것은 현대 의료나 진보한 과학기술의 힘이 아니다. 그녀가 멧돼지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갖는다는 다소 신화적이며 민속적 상상력에 기반한 결말은, ‘물의 기억’의 주제의식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것은, ‘소녀(인간)’와 ‘멧돼지(자연)’의 결혼이 상징적으로 표현하듯이, 인간과 자연의 합일 또는 공존하는 모습야말로 지구와 인류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것이다. 그것은 곧 오래된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물의 기억’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측면은 바로 주민 참여를 전제로 한 공동체 연극이라는 점이다. 이 연극에는 장소익을 비롯한 전문적 연출가와 배우가 존재하지만, 상주 백원초등학교를 비롯, 안동·청송, 서울 성미산의 초중교생이나 학부모 역시 다양한 배역을 맡고 있다. 음악이나 조명, 소품 담당 역시 마찬가지로, ‘나무닭움직임연구소’의 가치와 활동에 동의하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에 기반한다.
 필자는 공연을 약 한 시간 정도 앞둔 참여자의 모습을 관찰할 기회를 가졌다. 약간의 긴장감과 분주함이 느껴졌지만, 출연자 대부분은 자유롭고, 여유로워 보였다. 역할에 따라 여기저기에서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들, 억지로 줄 맞추거나 조용히 한다거나 누군가의 지휘 아래 통제되는 모습이 없었다. 심지어는 공연을 앞두고 제법 긴장했을 것도 같은 중학생 둘은 학교 뒷마당에서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놀기도 했다. ‘물의 기억’에서 그들은 화려하고 난이도 높은 전문가의 몸짓이 아니었지만, 충분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오히려 그들이 참여했기에 연극은 더욱 생동감 있었으며, 전하는 메시지 역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힐러리(Hillery)가 정리한 바와 같이 공동체는 일반적으로 지리적 공간, 사회적 상호작용, 그리고 공동의 연대에 기반한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특정한 지리적 영역의 배타적인 점유를 특징으로 하는 공동체의 개념은 그 적용에 뚜렷한 제약과 한계가 따른다. 도시화, 산업화, 개인주의와 민주주의의 확산, 그리고 무엇보다도 교통이나 인터넷·스마트폰과 같은 통신수단의 발달 등으로 인해 공동체의 형성조건 자체가 전통사회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는 ‘물의 기억’에 참여하는 구성원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특정 지역 거주민이나 비교적 동질적 직업이나 생활을 공유하는 패쇄적 집단이 아니다. 오히려 물의 기억에 참여하는 집단은 ‘친환경 생태주의’, ‘지역민의 자율적 참여가 보장된 연극’이라는 가치에 동의하는 개인들이 자율적 선택에 의해 형성한 열린 공동체의 성격을 지닌다. 개인의 의지와 선택으로 참여한 그들이지만, 연습이나 연행과정에서 결코 고립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개성을 지닌 존재임과 동시에 나무닭움직임연구소 연극 공동체의 구성원들이다. ‘환경’, ‘주민 참여’라는 가치를 매개로 생성되는 이러한 공동체는, 현대 한국의 다양한 사회적 모순과 생태적 문제에 대한 대안적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다. 나무닭움직임연구소와 연극 ‘물의 기억’의 사회·문화적 의미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02.
사라지는 존재들을 위한 순례
1. 리서치
2. 워크숍
3. 촬영
03.
큰입속으로
04.
2022 국제환경연극제
05.
오래된단지